월세가 밀린 세입자 집, 도어락을 바꾸면 주거침입일까 — 임대인이 밟아야 할 절차
월세가 몇 달째 들어오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으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내 집인데 비밀번호를 바꾸고 짐을 빼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이 글은 그 행동이 형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는지, 그리고 같은 목적을 합법적으로 이루는 순서를 정리한 글입니다.
1. 결론부터: 소유자라도 세입자가 점유하는 집에 임의로 들어가면 주거침입이 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19조 제1항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소유권이 아니라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 이 보호된다는 점입니다.
-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363 판결: 거주자가 거주할 법률상 권한을 갖고 있는지는 범죄 성립을 좌우하지 않고, 적법하게 점유를 시작한 뒤 권한을 잃어 사법상 불법점유가 되었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그 점유를 풀지 않는 한" 그의 점유로 보며, 권리자가 정당한 절차 없이 들어가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7044 판결: 자기 소유 비닐하우스라도 타인이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다면, 그 열쇠를 부수고 들어간 행위는 재물손괴죄와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권리자가 그 권리실행으로서 자력구제의 수단으로" 들어간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명시합니다.
즉 "계약이 끝났다", "월세를 안 냈다"는 사정만으로 집주인이 문을 열 권리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2. 도어락 비밀번호만 바꾸는 경우는 어떤가
도어락이 집주인 소유라면 "남의 물건을 망가뜨린 것"은 아니니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대법원 2022. 9. 15. 선고 2022도5827 판결은, 건물주가 아들에게 지시해 임시 거주자 집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꾸게 한 사건에서 권리행사방해교사죄를 무죄 취지로 파기했습니다. 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323조)는 '자기의 물건'을 취거·은닉·손괴해야 성립하는데, 비밀번호를 바꾼 아들은 도어락 소유자가 아니어서 정범이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판결을 "비밀번호 변경은 처벌되지 않는다"로 읽으면 안 됩니다.
- 이 판결은 권리행사방해(교사)죄의 법리만 판단했습니다. 같은 행위가 다른 죄(예: 출입하면서 성립하는 주거침입, 업무를 막는 경우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 도어락이 세입자 소유이거나, 비밀번호를 바꾸는 과정에서 세입자 물건을 손상하면 재물손괴(형법 제366조,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가 문제됩니다.
- 비밀번호를 바꾸는 과정에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면, 그 출입 자체가 세입자 점유 공간에 대한 침입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3. 반대로 침입이 부정된 경우: 세입자가 열쇠를 맡기고 출입을 승낙했다면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도419 판결은 상가 임차인이 영업을 중단하고 "임차 희망자가 오면 문을 열어 달라"며 열쇠를 맡긴 뒤, 임대인이 그 열쇠로 들어가 집기를 철거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관리자의 승낙 아래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태양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없어 건조물침입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집기를 철거한 재물손괴 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건조물침입 부분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환송되었습니다. 들어간 것이 침입이 아니더라도, 안에 있던 세입자 물건을 치운 행위는 따로 재물손괴로 평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판단 기준은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리한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는가"입니다. 그래서 같은 '집주인 출입'이라도 ① 세입자의 승낙이 있었는지, ② 열쇠를 어떻게 얻었는지, ③ 들어간 방식이 통상적인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4. 같은 목적을 합법적으로 이루는 순서
| 단계 | 내용 | 근거 |
|---|---|---|
| ① 연체 기수 확인 | 주택 등 건물 임대차는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이르면 해지할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상가는 3기입니다. | 민법 제640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 |
| ② 해지 의사표시 | 해지는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생기므로(민법 제111조 제1항), 통지한 내용과 그 통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사실을 각각 증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냅니다. | 민법 제111조 |
| ③ 점유이전금지가처분 | 소송 중 세입자가 제3자에게 점유를 넘기면 판결을 받아도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은 "현상이 바뀌면 권리를 실행하지 못하거나 매우 곤란할 염려가 있을 경우" 할 수 있습니다. |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1항 |
| ④ 건물인도(명도) 소송 | 판결 등 집행권원을 받습니다. | 민사집행법 |
| ⑤ 강제집행 | 집행관이 세입자의 점유를 풀어 임대인에게 인도합니다. 집 안에 남은 짐(집행 목적물이 아닌 동산)은 집행관이 제거해 세입자 측에 인도하고, 받을 사람이 없으면 세입자 비용으로 보관합니다. | 민사집행법 제258조 |
집주인이 스스로 되찾는 '자력구제'는 왜 안 되나
민법 제209조는 자력구제를 인정하지만 그 주체는 점유자이고, 부동산은 침탈 후 "직시" 가해자를 배제해 탈환하는 경우에 한합니다. 세입자에게 집을 인도한 임대인은 그 집의 직접 점유자가 아니므로, 몇 달 뒤 문을 따고 들어가는 행위는 이 조항으로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주장도 위 2006도7044 판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5. 자주 하는 실수
- 연락이 안 된다며 문을 열고 짐을 빼는 것: 주거침입에 더해, 짐을 버리거나 망가뜨리면 재물손괴가 문제됩니다.
- "계약서에 연체 시 출입 제한·단전에 동의한다고 적었다"는 주장에 기대는 것: 1절의 82도1363 판결은 적법하게 점유를 시작한 세입자의 점유를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그 점유를 풀지 않는 한" 보호한다고 보았습니다. 특약이 있다는 이유로 4절의 절차를 건너뛰고 문을 여는 것은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6. 이미 도어락을 바꿨거나 고소를 당했다면
이미 출입했거나 비밀번호를 바꿨다면, 출입 당시 세입자의 승낙이나 열쇠 교부 경위(위 2022도419 판결의 쟁점), 세입자가 사실상 퇴거했는지, 들어간 방식이 무엇이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문자·카카오톡 대화, 관리비 고지서, 출입 기록이 그 근거가 됩니다.
출처
- 형법 제20조, 제314조, 제319조, 제323조, 제366조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시행 2026. 10. 2.] 법률 제22007호)
- 민법 제111조, 제209조, 제640조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 (국가법령정보센터, [시행 2026. 5. 12.] 법률 제21083호)
- 민사집행법 제258조, 제300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시행 2026. 2. 1.] 법률 제20733호)
-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363 판결
-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7044 판결
-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2022도419 판결에서 인용)
-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도419 판결
- 대법원 2022. 9. 15. 선고 2022도5827 판결